평창은 강원도의 깊은 산골에 자리한 도시다.겨울엔 눈이 많고, 여름엔 초록이 짙다. 2018년 동계올림픽 이후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그 화려함은 잠시였다. 대회가 끝난 뒤 남은 것은 고요한 자연과, 그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서울에서 차로 세 시간 정도 걸리지만, 한 번 도착하면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공기가 다르고, 사람들의 말투가 다르다. 무엇보다 ‘빨리’라는 단어가 잘 쓰이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사이,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평창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프리랜서나, 조용한 삶을 원하는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행지로만 알고 있던 평창에서 실제로 산다는 건, 예상보다 훨씬 다른 이야기다. 겨울엔 길이 얼어붙고, 마트 하나 가려면 차를 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착민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래도 이곳이 좋다”고. 이 글은 그런 시선에서 출발했다. 화려한 관광지의 이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평창 생활기를 담았다. 주거비, 생활비, 교통, 일자리, 그리고 지역 분위기까지 — 평창이라는 도시가 가진 진짜 얼굴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리얼 가이드다.

1. 평창의 첫인상 — 고요함 속에서도 삶이 흐르는 도시
평창을 처음 찾은 사람은 대개 “정말 조용하다”는 말을 먼저 한다. 도시의 중심은 평창읍과 진부면, 대관령면으로 나뉘며, 각각의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 평창읍은 행정 중심지로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진부면은 관광지와 가까워 외지인 유입이 많다. 대관령은 기온이 낮고 눈이 많이 오는 지역으로, 목장과 숲이 이어져 있다. 도시의 규모는 작지만, 주민들의 삶은 단단하다. 농사, 숙박업, 로컬 식당, 온라인 기반 소규모 창업까지 자신의 방식으로 이 지역에 뿌리내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있다.
2. 주거비와 생활비 — 저렴하지만 유지비가 포인트
평창의 주거비는 강릉이나 원주보다 저렴하다. 2025년 기준으로 원룸은 보증금 300만 원, 월세 35만 원 내외, 전세는 4천만~8천만 원 선에서 형성되어 있다. 다만, 난방비와 교통비 등 유지비가 추가로 발생한다. 겨울철에는 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난방비가 한 달 20만 원을 넘는 경우도 흔하다. 생활비는 1인 기준 월 80만 원 내외이며, 시장이나 로컬마트를 이용하면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정착민들은 “주거비는 싸지만, 겨울을 버티는 비용이 있다”고 말한다. 즉, 평창은 주거비보다 생활 패턴에 따라 체감 비용이 달라지는 도시다.
3. 일자리와 근무 환경 — 현지 일보단 원격 근무가 현실적
평창은 관광도시이지만, 상시 고용 일자리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숙박업, 농업, 건설업, 관광 서비스업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울·수도권 회사에서 원격 근무를 병행하는 정착민이 늘고 있다. 특히 프리랜서,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콘텐츠 크리에이터처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직업군’이 이주하는 사례가 많다. 인터넷 환경은 안정적이며, 진부면과 평창읍에는 코워킹 스페이스도 생겨났다. 정착민들은 “이곳에서는 일보다 삶의 리듬을 먼저 정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즉, 평창은 직장을 중심으로 한 삶보다, 자신이 주도하는 삶에 어울리는 도시다.
4. 교통과 인프라 — 자가용이 필수, 하지만 접근성은 양호
평창은 대중교통이 많지 않다. 시내버스가 있지만 배차 간격이 길고, 읍 외곽 지역은 노선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정착민은 자가용을 필수로 사용한다. 서울에서 평창까지는 KTX로 약 1시간 40분, 자동차로 약 2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평창읍과 진부역을 중심으로 주요 생활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고, 병원, 마트, 관공서, 도서관 등 기본적인 시설은 잘 갖춰져 있다. 생활권은 단순하지만, 필요한 건 모두 있는 구조다. 다만, 겨울철 눈길 운전과 교통 제약은 고려해야 한다.
5. 지역 분위기와 인간관계 — 천천히 다가오는 따뜻함
평창 사람들은 느리고 조용하지만, 진심이 있다. 외지에서 온 사람에게 말을 많이 걸지는 않지만, 한 번 관계가 형성되면 깊고 오래 간다. 귀촌·정착민이 늘면서 마을 단위로 소모임이 생기고, 로컬 플리마켓, 텃밭 모임, 목장 체험 등 공동체 중심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정착민들은 “사람 사이의 거리도, 마음의 속도도 느리지만 그래서 편하다”고 말한다. 이곳의 인간관계는 경쟁이 아니라 공존에 가깝다. 즉, 평창은 시간이 쌓여야 비로소 사람 냄새가 나는 도시다.
6. 평창 정착의 장단점 요약
| 주거비 | 강원 내에서도 저렴한 편 | 신축 건물 적고 난방비 부담 |
| 생활비 | 시장 중심 소비로 절약 가능 | 겨울철 생활비 증가 |
| 교통 | KTX·고속도로 접근성 우수 | 대중교통 불편, 자차 필수 |
| 일자리 | 원격 근무·창업에 적합 | 현지 일자리 한정적 |
| 인간관계 | 따뜻하고 진솔한 사람들 | 관계 형성까지 시간 필요 |
7. 평창이 정착지로 매력적인 이유
평창은 눈과 숲, 그리고 고요함으로 기억되는 도시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일상을 다시 회복한 사람들이 산다. 도시의 속도에 맞추지 않아도 괜찮고, 하루의 리듬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곳이다. 평창은 편리함보다 ‘자기다운 삶’을 택한 사람들의 공간이다. 누구에게나 맞는 곳은 아니지만, 단순하고 진심 있는 삶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완벽한 도시다.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되찾고 싶다면, 평창은 그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