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Cuba).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는 나라입니다. 올드카가 천천히 도로 위를 달리고, 거리에선 음악이 끊이지 않으며, 해 질 무렵이면 동네 사람들은 의자를 꺼내 들고 거리 한가운데서 담소를 나눕니다. 이곳의 삶은 '효율'보다 '리듬'에 가깝습니다.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일상은 단순하지만, 그 속엔 깊은 공동체의 온기와 자립의 지혜가 녹아 있습니다. 쿠바에서는 돈보다 관계가, 계획보다 흐름이 더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쿠바의 삶이 낭만으로만 채워져 있는 건 아닙니다. 수십 년간 이어진 경제 제재와 물자 부족, 복잡한 통화 체계(쿠바 페소 CUP와 외화 MLC 병행)는 여전히 이 나라의 일상을 어렵게 만드는 현실입니다. 물가가 낮다고 하지만, 구할 수 있는 물건의 폭이 좁고 수입품이나 외국 브랜드는 남미 평균보다 훨씬 비쌉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많은 외국인들은 쿠바를 "살아볼 만한 나라"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기본적인 생활비가 저렴하고, 인간적인 삶의 밀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쿠바 정부는 외화 유통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면서 관광과 외국인 거주를 위한 인프라를 조금씩 개방하고 있습니다. 아바나(Havana)뿐 아니라 트리니다드(Trinidad), 시엔푸에고스(Cienfuegos), 산타클라라(Santa Clara) 같은 지방 도시들도 생활비가 낮고 안정적인 거주지로 주목받고 있죠.
또한 쿠바 특유의 민박 제도인 "카사 파르티쿨라르(Casa Particular)"가 현지 생활비 절약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외국인에게도 현실적인 주거 선택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쿠바의 시장(Agromercado), 공유택시(Camioneta), 공공 와이파이존, 무료 거리공연 문화 등은 단순한 절약 팁을 넘어 "소박하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이곳에서는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필요 이상을 가지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 절약의 본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쿠바 현지 거주자들의 실제 생활을 바탕으로 다음 다섯 가지 항목에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절약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쿠바는 단순히 여행지로서의 매력뿐 아니라, '적게 쓰고도 풍요롭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이 글을 통해 쿠바의 생활 구조와 물가 현실,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절약의 철학"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1. 주거비 절약 — 현지인의 집 한켠, 그 안의 온기
쿠바의 주거비는 남미 평균보다 저렴합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머무는 도시인 아바나(Havana) 는 조금 비싸지만, 중소 도시(트리니다드, 산타클라라, 시엔푸에고스 등)는 훨씬 합리적입니다. 특히 쿠바는 '카사 파르티쿨라르(Casa Particular)'라는 현지인 민박 제도가 잘 발달해 있습니다. 호텔보다 훨씬 저렴하면서, 현지 가정의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평균 월세 (2025년 기준)
| 아바나(Havana) | 400~600 USD | 200~300 USD | 수도, 관광객 많음 |
| 트리니다드(Trinidad) | 250~400 USD | 150~250 USD | 고풍스러운 식민지 도시 |
| 시엔푸에고스(Cienfuegos) | 200~350 USD | 120~200 USD | 해안가 도시, 조용한 환경 |
| 산타클라라(Santa Clara) | 180~300 USD | 100~180 USD | 물가 저렴, 대학가 중심 |
| 산티아고 데 쿠바(Santiago de Cuba) | 200~350 USD | 120~200 USD | 음악과 축제의 도시 |
절약 팁
- 카사 파르티쿨라르 (민박형 숙소) 월 단위 계약 시 30~40% 할인
- Airbnb 보다 현지 소개나 커뮤니티 통해 직접 협상 시 더 저렴
- 가구 포함 숙소 선택 → 초기비용 절감
- 전기·수도 포함된 숙소 (“todo incluido”) 필수 확인
- 관광지 중심보다 구시가지 외곽 선택 시 100~150달러 절약
쿠바의 집들은 대체로 오래되었지만, 대부분의 주인들은 손님을 '가족처럼' 대합니다. 따뜻한 아침 커피 한 잔이 포함된 숙소도 많습니다.
2. 식비 절약 — 부족함 속의 풍요, 쿠바의 밥상
쿠바의 식비는 상황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기본 식료품은 저렴하지만, 수입 제품이나 외국 브랜드는 매우 비싸죠. 하지만 현지 시장(maracado agropecuario)이나 배급소(Tienda MLC)가 잘 정착되어 있어서 로컬 식단 위주로 살면 한 달 150달러 안팎으로 충분히 생활할 수 있습니다.
평균 식비 (1인 기준)
| 식료품 (자취 기준) | 120~180 USD |
| 외식 (주 2회 기준) | 60~90 USD |
| 점심 정식 | 3~5 USD |
| 커피 1잔 | 0.5~1 USD |
| 빵 1개 | 0.2~0.3 USD |
| 쌀 5kg | 약 6 USD |
절약 팁
- 현지 시장 Agromercado 에서 야채·과일 구매
- 현지 음식 ‘Congrí(콩밥)’, ‘Ropa Vieja(찢은 쇠고기 스튜)’ 중심으로 식단 구성
- 가정식 식당(Paladares) 이용 시 외식비 절감
- 가공식품보다 신선식 재료 위주로 장보기
- 현지인이 자주 가는 Bodega(식료품소) 에서 생필품 구매
쿠바에서는 식비를 아낀다는 건 "싸게 먹는다"보다 "천천히, 정성껏 먹는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시장 아주머니가 던져주는 “Hoy está bueno, cariño” 한마디가 어쩌면 쿠바식 절약의 진짜 비밀인지도 모릅니다.
3. 교통비 절약 —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움직이는 나라
쿠바의 교통은 느리지만 단순합니다. 버스, 택시, 코코택시(작은 삼륜 오토바이 택시)가 주요 수단입니다. 외국인은 '관광용 택시'를 많이 이용하지만, 현지 버스(Guagua) 나 공유택시(Camioneta) 를 타면 교통비를 1/5 수준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교통 요금 (2025년 기준)
| 시내버스 | 0.1~0.3 USD |
| 공유택시(Camioneta) | 0.5~1.0 USD |
| 택시(도심 5km 내) | 3~5 USD |
| 자전거 대여 | 2~3 USD/일 |
| 시외버스(Viazul) | 10~20 USD (거리별 상이) |
절약 팁
- Viazul (공식 버스) 사전 예매 시 20~30% 할인
- 공유택시 이용 시 동일 노선 탑승으로 요금 절반
- 자전거 or 도보 중심의 생활로 교통비 최소화
- 거주지를 시내 중심 근처로 잡으면 월 10~20달러 수준 절약 가능
쿠바의 도시는 크지 않아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도보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길가에서 기타를 치는 청년,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 그 속에서 걷는 하루가 절약 이상의 가치를 줍니다.
4. 통신비 & 금융 절약 — 연결의 느림, 그러나 꾸준한 개선
쿠바의 인터넷은 느리고, 비싸고,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모바일 데이터망이 크게 확장되며 이제는 일반적인 SNS·메신저 사용이 가능해졌습니다. 주요 통신사는 ETECSA, 외국인은 선불 유심(Tourist SIM)을 구입해 사용합니다.
통신 요금 (2025년 기준)
| ETECSA | 10GB | 10 USD | 유일한 주요 통신사 |
| Cubacel | 15GB | 13 USD | ETECSA 산하 브랜드 |
| 공공 Wi-Fi (거리/광장) | 1시간 | 0.7~1 USD | 주요 광장 무료/유료 혼합 |
절약 팁
- 공공 와이파이존 (Parque Central, Malecón 등) 적극 활용
- 데이터 번들(Combo) 구매로 20~30% 절약
- 카페·게스트하우스 무료 Wi-Fi 확인 후 예약
- WhatsApp, Telegram 중심 통신으로 국제전화 절감
쿠바에서는 빠른 인터넷보다, 잠시 연결이 끊겼을 때 들리는 바닷바람 소리가 더 익숙합니다. 그 느림 속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더 많이 웃고, 더 깊게 대화합니다.
5. 문화비 절약 — 음악과 예술은 여전히 ‘무료’인 나라
쿠바의 진짜 매력은 문화입니다. 거리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살사, 광장에서 춤추는 사람들, 누구나 노래하고 웃는 밤거리. 이 모든 것이 무료입니다.
무료 혹은 저비용 명소
- 말레콘(Malecón) : 아바나 해안 산책로, 무료 공연 다수
- Casa de la Musica (음악의 집) : 지역 공연장, 입장료 2~5달러
- Museo Nacional de Bellas Artes (국립미술관) : 매주 무료 개방일 운영
- Plaza Vieja / Parque Central : 거리음악과 야시장
- 영화관 / 대학 콘서트 : 학생 할인 50% 이상
절약 팁
- 현지인 공연·축제 일정은 SNS나 카페 벽보에서 확인
- 살사 교실(학교 커뮤니티 운영) 은 대부분 무료
- 해변·공원 중심 여가 생활 → 비용 거의 없음
- 책·음악 교환 문화(Intercambio cultural) 로 문화비 절감
쿠바의 예술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영역에 있습니다. 그건 그냥, 삶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결론 — 느림의 나라에서 배우는 진짜 ‘절약의 미학’
쿠바에서의 절약은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무엇이 꼭 필요한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입니다. 집은 소박하지만 정이 있고, 음식은 단순하지만 맛있으며, 교통은 느리지만 여유롭습니다. 쿠바는 가난 속에서도 삶의 품격을 잃지 않는 나라입니다. 이곳에서는 절약이 '절제'가 아니라 삶을 아름답게 조율하는 방식으로 존재합니다. 만약 당신이 "돈을 덜 쓰고, 마음을 더 쓰는 삶"을 꿈꾼다면 쿠바는 그 답을 보여줄 것입니다.